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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나무를 심는 사람

by Namaste 2022. 5. 21.

 

담배 한 개피를 무는 그 잠깐 사이를 못 참고는 '후둑' 하는 비가 내린다. 이른바 봄 비다. 엉겹결에 사람을 때리는, 그래서 짐짓 기분은 나쁜 비다.


혈관을 따라 솟구치며 온통 역류하는 피 만큼 진지하다.

비를피하기 위해 빌딩의 남은 자투리 땅 두어평 남짓하는 공간으로 사람이 쏠린다. 나도 따라간다. 그럴때면 사람은 비보다 빨라 그야 말로 쏳아 놓은 화살이 된다.

 

머리조차 디밀기 빽빽하기 이를데 없는 그 좁은 틈에 가서야 나는 또 여러 사람이 하나의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는 하는구나 하는 새삼스런 생각을 하게된다.

눅눅한 옷은 찰싹하고 몸에 잘 달라붙고 게다가 유난히 머리색 검은 사람들 모습만 눈에 남게된다.

 

입김을 몰아쉬듯 가까운 사람의 몸에서 따스한 김이 모락 모락 피 오르는데 어째서 그때 만큼 사람이 그렇게 살갑고, 정겨운지 도통 모를 일이다. '동병상련', 혹은 '인지상정' 일까?

 


누군가의 몇번의 마른기침 소리를 두어번 듣고 나도 그들 처럼 애꿎게 까칠한 기침 한번에 하늘, 땅 두어번 바라보고는 고작 건너편 사람에게 한다는 말이 '금방 그칠 비겠지요?' 정도의 빤한 말만 뱉었다.

 


꿉꿉한 담배 한대를 억지스레 태워문다. '훅' 하고 뿜어져 나가는 연기는 꿈틀 한번에 무수한 비를 뚫고 단 한번의 체임도 없이 잘도 걸러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을 믿어야 할까?

나는 무슨 장난처럼 벌써 그것을 즐기고 있다. 사라지는 연기의 형체를 쫒다보면 그 시선읜 끝 처리는 자연스레 주변을 맞 잡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로 옮아진다.

 

간혹 상상의 지나침은 그 잔상으로 인해 아주 오랜 누구의 옛이야기 처럼 중원무림(中原武林)의 고단한 무사의 이야기를 끌어다 대입 한다.

칼집에 칼을 빼 들듯 우산 뽑는 폼이 닮았다는 말은 조금 지나친 비약 같아 뵌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촥'하고 펴지는 우산의 그 소리맛은 다분히 칼집에 칼을 빼들듯하는 현란함과 닮아 있다 해도 좋을썽 싶다.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
무림지존....가야금 가락 타넘듯 넘실넘실 유유작작 한다.

비의 달그락 거림은 스윙감 철철 넘치는 째즈를 닮고, 덜컥하는 기차를 닮고, 심지어 스산한 바람소리를 닮기도 한다. 리듬과 박자를 가늠키는 어렵더라도 진중히 묵도를 하고 보면 그건 오로지 삶에 가까운 소리이기 때문에 사람에 가까운 소리다.

이번 비는 몽골 근처의 고비 사막에서 불어온 흙, 먼지 알갱이가 보태어 진것일 테지만 각종 매체에서 앞 다투어 폄하는 황사비 일지언정 나는 왠지 썩 싫지 만은 안은 모양이다.

 


일전에 중화국의 심양으로 나무 심으로 간다 했던 어떤이가 생각난다.

 

지구의 사막화, 온난화 같은 범 세계적, 범 지구적인 문제를 이고사는 생각이 예사롭지 않길레 농담하듯 '독수리 오형제' 운운키도 했지만 그 말이 진실에 가까워 질수는 없는 걸 잘 안다.

장 지오노는 '나무를 심은 사람'에 보면 작자는 노인을 부려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정확히 말해서 내 젊은 나이는 나 자신과 관련지어서만, 그리고 어떤 행복의 추구만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상상케 했던 것이다."라며 그리고는 오늘날 고비 사막같은 황무지 땅에 진득한 나무 심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 땅 가운데에 있던 거개의 사람들 모두는 욕심앞에 모든것을 걸고 싸우고, 다툴때 노인은 한가닥 부는 신선한 바람이며 생명의 성장을 촉진하는 봄비 그 자체로 완성된다.

 

황무지가 녹지로 다가서는 그 변화의 바람. "사람은 희망을 가져야만 일을 할 수 있다." 라고 노인은 나직히 말의 씨앗을 뿌린다.

황무지는 버릴 땅, 내몰린 땅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어떤 기름진 땅 보다더 절실하고 빠른 변화의 기대를 지닌 곳일지도 모르겠다.

장 지오노의 이 소설'나무를 심는 사람' 은 '프레데릭 바크'가 파스텔 색감을 덧입혀 영화로도 만들어 냈는데, 원작을 충분하게 소화하는 것을 넘어 능가했던 터로 1987년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식목일 날이면 텔레비젼에서 가끔 방영을 하기도했지만, 흔하디 흔한 프로들 사이에 익명처럼 끼어 애처롭게 방영되곤 했었다.

나무를 심던 노인이 성큼내게 묻는다.
" 자네는 사는 동안 영혼을 판 댓가로 무엇을 얻었는가? " 실은 이 물음이란 나를 향한 일종의 예고된 물음인 셈이다. 세상을 떠날, 그 어떤날 내가 스스로에게 물을 말의 한 조각이 있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나는 VCR의 테잎을 거꾸로 돌리듯 생 전반의 지나온 일이며 온갖 것들을 순식간에 되짚어도 할것 같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무리 뒤돌아 보더라도 달라질 혹은 나아질 어떤 것은 찾지 못하리니, 지금 또 답하자니 " 그 알량한 물(物)밖에 사랑한게 없소 " 하는 소리가 욱하메 저 속에서 치민다.

비는 그쳤다. 다시 집으로 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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